1. 지난 2019년 9월 11일 9살 민식이는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지게 된다. 2.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해당 운전자는 구속되었다. 3. 첫째아들을 잃은 부모는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했다. 4. 처음에 민식이 부모는 사고 자동차가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인 30km/h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과속과 CCTV의 부재가 아이를 죽였다고 오열했다. 5. 여러 매스컴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민식이 부모는 ‘대통령과의 담화’에 출연해 ‘민식이법’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법안의 필요성도 당연해보였다. 6. 이렇게 일사천리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 넘어간다. 7. ‘민식이법’이 담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CCTV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 해달라는 것.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가중처벌 해달라는 내용이다. 8. 그런데 해당 사고의 운전자는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그 정도로 죽일놈일까?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인 30km/h에도 못 미치는 24km/h로 운전했다. 민식이 부모는 우선 거짓을 말했다. 9. 횡단보도 전엔 정차 후 출발이 맞지만 해당 장소는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위치해 있었고 운전자는 사거리에 정차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보통 신호등이 정차역할을 해주지만 신호등도 없었다. 10. 운전자는 정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한속도보다 낮게 운전을 했다. 그 와중에 불법 주차 되어있는 차량에 의해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때 민식이는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넜고 이후 차에 치여 숨지게 된다. 11. 분명 운전자는 대부분의 법규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과실 사망사고를 낸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생긴다. 12. 민식이법의 골자. 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에 이르게 한 경우 가해자에게 에 처함 나.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중 이 원인이 된 경우에는 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 만 원 이하 벌금 13. 위 내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법규를 모두 지켜도. 과실로 인한 사고여도.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몇 년 이하’가 아닌 ‘몇 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이 가중처벌의 결과다. 14. 모든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누군가가 모든 이를 대신 살려줄 수도 없다. 본인이 본인을 아끼고 주변을 조심 해야한다. 사고에서 100%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사고를 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법규를 다 지켰음에도 과실로 인해 ‘3년 이상’의 징역을 살게 한다거나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15. 이런 식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법안을 가지고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해가면서 선악(善惡) 구도를 만들어 무조건적으로 입법을 요구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차라리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한다거나 아이들의 도로교통 교육과 부모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옳은 일 아닐까. 16. 입법은 분풀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을 감정만으로 만들 수는 없다. 법이 몇몇 유명인에 의해 혹은 국민정서에 의해서만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 특정 사건이 터지고 그게 유명세를 얻었다고 해서 감정에 휩쓸려 법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7.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너의 가족이라면 그럴 수 있겠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저 억울한 운전자가 당신 가족이어도 입법을 원하느냐”라고 반문 해볼 수도 있겠다. 18. “내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선처를 구하고 화에 불을 지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전근대적 모습은 지금과 같은 현대(現代)와 어울리지 않는다. 19. 저런 식의 가중처벌이 강화된다 한들 혹은 CCTV와 신호등이 온 천지에 박혀있다 한들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그로인한 사고는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이런 불가항력적인 일을 법으로 강제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뻔하다. 불법적 영역만 넓어지는 것이다. 20. 왜 불법의 영역을 넓히려 하는가. 왜 만인이 범법자가 되는 세상을 앞당기려 하는가. 모든 사람이 범법자가 되는 세상이 되는 건 어렵지 않다. 지금처럼 감정으로 법을 만들고 감정으로 법을 집행하면 된다. 그런 세상이 좋은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언론과 여론이 감정을 부단히도 동원하는 것은 특